그 당시 살아남은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한다고 IT 시스템에 투자하고, 정부는 경기부양 한다고 IT예산을 늘렸습니다. IT가 돈이 된다고 하니까 돈 될 만한 회사에 투자하려고 하는 데가 많았고, 벤처들은 이런데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돈이 모이는 곳에서 쉽게 눈에 띄는 방법은 "최신기술" 이라고 포장 하는 것이죠. 그 당시 최신언어 였던 자바는 이런 이유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벤처회사에서 너도나도 자바개발자를 구하려고 했는데, 97년에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개발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을리가 없죠.
그래서 그 당시 가장 인기있는 개발자는 자바개발자 였습니다. 희귀했죠. 벤처들은 비교적 손쉽게 투자받은 돈으로 비싼연봉 줘가면서 자바개발자를 구했습니다. 심지어는 학원에서 3개월 동안 자바 공부하고 오면 작은 벤처회사에 취직 할 수 있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자바개발자 1명당 5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진짜인지 아닌지 모를 소문도 있었고요.
그 시절 제 주위의 공돌이들 분위기는 이랬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는 분위기 에서 저도 벤처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잘나간다 하는 벤처회사들은 높은 연봉을 주면서 개발자 들을 모았습니다. 수 많은 벤처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주가 고공행진을 벌였습니다. 그 당시 가장 좋은 회사는 직원들에게 스탁옵션을 주고, 우리사주를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회사 였죠. 연봉이 적어도 스탁옵션으로 대박의 기회를 주는 회사를 더 높게 쳐주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회사에서 빌려주는 돈으로 우리사주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회사는 스탁옵션이나 우리사주를 조건으로 개발자들이 일정기간 회사를 옮기지 않고,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약속 받았습니다. (이 당시 직원들을 믿고 구두계약만 하는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단지 투자를 성공적으로 받았다는 이유로 전직원에게 100%의 보너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당시 작은 벤처기업 들은 젊고 열정이 가득하지만 경험은 없는 젊은이들로 가득 했습니다. 회사에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 이나 평가기준은 없었지만, 대부분 열정적으로 일 했습니다. 저나 주위의 개발자 분들은 지금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가가 회사생활의 주된 관심이였던 것 같습니다.
회사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눈치빠른 분들은 회사와의 약속이고 뭐고 주식을 팔아서 한몫 챙기신 분들도 있었습니다만, 제가 아는 개발자 분들은 약속은 지켜야만 하는지 아시고 바닥이 어딘지 모르고 떨어지는 주식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우리사주 산다고 회사에서 빌린 부채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고, 연봉 계속 깍이면서도 계속 있어야 하는 귀한경험 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좋은기억도 많고 나쁜기억도 많습니다만, 저는 그나마 운이 좋았는지, 대부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는 일 들 이었습니다. ^^
요즘 세상이 뒤숭숭 하여 다들 어렵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IT 업계에선 더 추운 한파가 휘몰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럴때 일수록 잘 버텨서 한 10년 정도 지나면 그때도 웃으며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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